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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기자의 글쓰기 리뷰

돈 의꽃 2023. 7. 20.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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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기자의 글쓰기는 2014년부터 조선일보 아카데미에서 진행하고 있는 자자의 광좌를 재구성한 책이다. 실제 강의에서 첨삭 지도했던 글들을 예시로 들어 원칙에 충실한 글이 가진 힘에 대해 명쾌하게 설명한다.

책 기자의 글쓰기

글쓰기 기본 원칙

좋은 글이 가져야 할 세 가지 성격이 바로 쉽고, 구체적이고, 짧아야 한다는 말이다. 당장 반발이 튀어나온다. 내가 알고 있는 글은, 내가 쓰고 싶은 글은 내용은 심오해야 하고 문장 하나하나는 명문이어야 하고 표현은 참신해야 한다. 그런데 그런 심오, 명문, 참신 따위 단어들을 다 없애라고? 그래야 한다. 글은 상품이다. 글에 대한 생각을 바꾸지 않으면 좋은 글을 쓸 수 없다. 글은 독자를 위한 상품이다. 봉제 공장에서는 인형을 생산한다. 가전공장에서는 핸드폰을 만든다. 필자는 글을 생산한다. 글은 상품이다. 상품은 판매를 위한 물건이다. 독자라는 소비자가 선택하지 않으면 글은 팔리지 않는다. 상품이 아닌 글은 글이 아니다. 글은 필자가 아니라 독자가 주인이다.글은 생산자인 필자가 아니라 소비자인 독자를 만족시켜야 한다. 자기 글을 두고두고 읽으면서 왜 이렇게 나는 글을 잘 쓸까 하고 나르시시즘에 빠져봐야 소용없다. 문제는 소비자다. 독자가 읽고 만족하지 않으면 그 글은 잘못된 글이다. '만족'은 읽고 기분이 좋다는 말이 아니라 반응이 있다는 말이다. 좋은 글을 읽으면 독자는 ㄴ분노하기도 하고 쾌감을 느끼기도 하고 슬픔을 느끼기도 하고, 지적 호기심을 충족했다는 즐거움을 느끼기도 한다. 이러저러한 감흥을 주지 않는 글은 상품 성이 없는 글이다. 

 

글을 쓰는데 참고해야 할 원칙들

많은 사람들이 글이란 무엇인가 좋은 글은 무엇인가 의문을 갖는다. 글쓰기 직업인 사람들은 더 그렇다. 글에 대한 고민 없이 글을 어떻게 잘 쓸 수 있겠는가 유사 이래 글을 직업으로 삼은 사람들은 늘 글에 대해 고민해 왔다. 이기적으로는 남보다 글을 잘 쓰기 위한 방법을 연구했고, 크게는 독자를 감동시킬 수 있는 작문법에 대해 고민을 했다.남에게 보여주지 않고 자기만 꼭꼭 숨겨놓고 보다가 죽을 때 불태워 버리겠다고 일기장을 쓰는 사람에게는 이 책은 큰 의미가 없다. 하지만 일반대중을 상대로 글을 쓰려는 사람이라면 좋은 글쓰기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고민하는 목적은 독자를 감동시키기 위함이고 고민하는 대상은 좋은 글을 구성하는 원칙이다. 글이 재미있어야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감동을 줘야 한다. 감동은 울림이다. 재미가 있어도 내용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으면 깔깔 웃으며 끝까지 읽어도 뭘 읽었는지 모른다.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글은 마지막 문장까지 읽은 독자를 멍하게 만드는 글이다. 그럴 수 있는 글은 무엇일까?인쇄물에서 흔히 본 직유, 은유, 비유는 절대 쓰지 마라. '흔히 본'이라는 표현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서 '불 보듯 뻔하다'라는 말이 있다. 이 불 보듯 뻔하다라는 말을 어떤 사람이 처음 사용했을 때는 참신했을 것이다. 진짜 불 보듯 뻔한 만큼 뻔한 게 없으니까 하지만 그 참신한 표현이 이제는 죽어버렸다. 아무나 다 쓰는 표현이 돼 버렸다. 누구나 다 쓰는 말들이고 내가 쓴다고 한들 무슨 말을 할지 불 보듯 뻔하다면 그 불 보듯 세 글자를 손해 보는 비효율적인 글 쓰기가 된다.

짧은 단어를 쓸 수 있을 때는 절대 긴 단어를 쓰지 않는다. 이것도 결국 효율적인 글쓰기 얘기다. 말을 주절주절 한다는 말이 있다. 한마디로 하면 될 걸 가지고 왜 저렇게 길게 얘기하나,라는 뜻이다. 바로 이거다. 한방에 훅 권투로 치면 잽을 계속 날리지 말고 어퍼컷 한방에 사람을 쓰러뜨리면 되는 거지 어퍼컷을 날릴 수가 있는데 요기조기 톡톡 건드리기만 하면 사람 성질만 거드리지 쓰러뜨릴 수가 없다.일상생활용어로 대체할 수 있다면 외래어나 과학용어, 전문용어는 절대 쓰지 않는다. 간단하게 말하면 어려운 글을 쓰지 마라, 쉽게 쓰라는 말이고 돌려 말하면 잘난 척하지 말라는 얘기다. 기사, 소설과 수필 기타 등등 여러 가지 장르와 형식은 다르지만, 이 모든 글에 일관되는 원칙 하나가 쉬운 글을 쓴다. 이들 몇 가지 원칙을 하나로 정리하면 글은 쉬워야 한다. 쓰기 쉬운 게 아니라 읽기에 쉬워야 한다. 독자가 찾아서 읽는다. 많은 사람들은 글이란 어려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권위가 생긴다고 생각한다. 정작 글로 밥 벌어먹고사는 사람들 생각은 다르다. 명확하게 쓰면 독자가 모인다. 모호하게 쓰면 비평가들이 달라붙는다. 프랑스 소설가 알베르 카뮈가 한 말이다. 카뮈는 20세기 사람이다. 독자는 쉬운 글을 좋아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쉬운 글 쓰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18세기 영국 시인 알렉산더 포프는 이렇게 말했다. 글쓰기에 있어 진정한 쉬움은 우연이 아니라 기술에서 비롯한다. 춤을 배운 이들이 가장 쉽게 움직이듯이 (Ture case in writing comes from art, not chance. As those move easiest who have learned to dance.)

 

추천글 

박종인 기자의 고품격 글쓰기 기와 사진 찍기 강의 수강생이었다. 팩트, 입말, 리듬 같은 단어가 지금도 머릿속에 남아 있다. 이 책은 그 강의록이다. 글이 무엇이고 글쓰기가 무엇인가에 대해 발상을 바꿔주는 책이다. 호흡이 길어야 멋진 글이라 생각했다.만연체가 만연했던 내 블로그 글이 짧고 간결하게 변했다. 사람들이 문장에 힘이 느껴진다고 했다. 그랬다. 박종인 덕에 내가 변했다.박종인만큼 글과 사진을 함께 최고 경지로 구사하는 기자를  본 적이 없다.이 책을 읽고 새삼 알았다.박종인은 사진보다 글에서 훨씬 더 깊이 진경에 가 있다는 것을 독자들은 부디 그 진경을 훔쳐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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